邵南 尹東奎 書簡(소남 윤동규 서간)
邵南 尹東奎 書簡
윤동규는 고려 예종 때 여진을 축출하고 동북 지역에 9성을 축조하는 데 큰 공로를 세웠던 윤관의 24대손이다. 또한 파평부원군 윤지임의 9세손이기도 하다. 아버지는 생원 취망(就望)이며, 어머니는 덕수 이씨이다. 소남이 10살 때 아버지가 29세의 젊은 나이로 별세하는 바람에 소남을 비롯한 3형제는 모친의 엄격한 훈육 속에 성장하였고, 모두 성호 문하에 들어가서 공부하였다.
이 책은 파평윤씨 소남종택이 소장한 소남 윤동규의 서간 가운데 158건을 선별하여 수록하였다. 서간은 수신자별로 나누었다. 소남이 성호 선생에게 쓴 서간과 이병휴에게 쓴 것, 그리고 안정복에게 쓴 내용으로 이루어졌다. 그리고 흐름을 잘 알아볼 수 있도록 작성 시기순으로 배열되었다.
본문에는 편지의 원문 도판이 실려 있어서 소남이 편지 쓰던 당시의 상황을 짐작해 볼 수 있다. 세 명에게 보낸 서찰을 보면, 무슨 할 말이 많았는지 거의 종이가 모자랄 정도로 꽉 채워서 썼다. 예를 들면, 『소남유고』 125쪽에 있는 것처럼 이병휴에게 보낸 서찰의 내용은 빈 곳이 없을 정도로 빽빽하다. 편지를 마무리하려다 또 생각나서 위에 적고, 쓴 편지를 보내려다가 다시 쓸 말이 남았는지 가는 붓으로 중간에 내용을 삽입하기도 했다. 편지를 봉하려다 미처 못한 말이 남아서 아차, 무릎을 치시며 어디에 말을 덧붙일까 쓴 편지를 살펴보고 조그만 빈 틈에 내용을 더 쓰셨을 생각을 해본다. 당시 상황에 절로 빙그레웃음이 나오며, 조선의 선비가 생활하는 방식을 이 책을 보면서 또한 짐작할 수 있다. 원문 도판을 통해 그러한 흔적을 따라갈 수 있어서 이 책이 더 귀중하다.
그리고, 서지사항, 정서를 함께 배치하여 아주 공들여서 편찬했음을 알 수 있다. 원문 도판은 초서체가 있어서 알아보기가 힘든 편지의 내용도 있다. 내용의 성격상 서간은 알아보기 어려운 필체도 있고, 당시에 사용하던 한자이나 지금은 잘 사용하지 않는 한자도 있다. 해독하기에 많은 시간을 들여야 하는데 원문 밑에 정서를 같이 해서 이해하기가 훨씬 쉽다. 한 눈에 전체를 볼 수 있고, 필요한 한자나 문장을 바로 찾을 수 있게 열람이 쉽도록 했다. 원문을 어려워하는 독자를 배려한 것으로 편집이 돋보인다. 어느 페이지를 펼치더라도 답답함이 없다. 투명한 상자에 넣어 눈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해 놓고, 거기에다가 라벨까지 붙여 놓은 책이다. 학자들이 연구할 수 있도록 멍석을 깔아놓았다고 생각된다. 원문에 정서를 해 놓아서 성호나, 이병휴, 안정복 연구에 성과를 낼 학자들이 많을 것 같다. 『소남 윤동규 서간』 이 그 밑바탕이 되리라 기대가 크다.
책의 목차는 이봉규 교수의 ‘서간을 통해 본 소남 윤동규의 학문’이 실려 있고, 서간 목록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다. 그리고, 서간의 순서는 윤동규가 성호 이익에게 올린 서간, 이병휴에게 보낸 서간, 안정복에게 보낸 서간 순으로 엮여져 있다.
이 자료집만 참고해도 성호학파에 대한 연구는 많은 진전이 있을 것이다. 더구나 서간 목록에는 서간의 작성시기와 발신, 수신, 그리고 편지의 주된 내용과 크기, 수록면까지 정리를 해 놓아서 필요한 서찰의 내용을 바로 찾을 수 있도록 해 놓았다. 이 책이 소중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 책을 참고로 하는 연구자들에게는 큰 힘이 되는 부분이다.
소남 윤동규는 17세에 제자가 된 성호가 가장 믿고 의지한 제자중의 한 명이며 성호학파 학자들도 그렇게 인정을 한다. 높은 학식에도 불구하고 덜 알려진 학자이기도 하다. 성호가 병환으로 자리에서 일어나지도 못했을 때, 스승의 대소변을 다 받아내었다. 잠자리에 들 때도 스승이 불편하면 바로 도울 수 있도록 옷을 입고 며칠씩 잤던 학자이다. 그러면서도 한 치의 찡그림이나 망설임이 없었다고 한다. 그런 제자인 소남에게 안정복이 감탄했다.
이 서간집의 출판으로 소남의 매력을 많은 독자들이 알게 되리라. 그는 스승의 애경사에 마음아파하고, 사우의 기쁜 일은 자기 일처럼 여겼다. 같이 울며 함께 웃었다. 선비로서, 성리학자로서 궁금한 점에 대해 편지로 진지하게 의견을 나누는 모습에서 학자로서의 끊임없는 정진에 감탄하게 된다. 학문에 대해서는 치열하게 살았고, 스승과 사우에게는 끝없는 정으로 일관한 소남의 진면목이 이 책을 통해 고스란히 전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