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도

[스크랩] ‘풍도(豊島)’는 풍도‘(楓島)’다. (2)

박영희 2010. 8. 30. 18:37

‘풍도(豊島)’는 풍도‘(楓島)’다. (2) 

 

 

청, 일 양국간에 해전이 벌어졌던 풍도 앞바다

 

 

평화기원 공간으로서의 풍도

  1894년 7월 25일 풍도 앞바다에서 청나라 함대를 기습 격침했던 ‘풍도해전’은 일제의 동아시아 침략전쟁의 시발이었다. 일본은 청일전쟁을 서술하며 ‘풍도해전’을 그들의 역사교과서에 제1장으로 다루고 있다. 일본은 제국주의 건설이라는 망상의 계기가 되었고 청나라에게는 몰락의 시작이었으며, 우리나라에게는 일제의 강점을 예고한 뼈아픈 사건이 풍도 해상에서 일어났다. 일본의 지역명인 '풍도(豊島)'로 마음대로 고친 이름을 우리고유의 이름인 '풍도(楓島)'로 환원함과 동시에 동북아시아의 아픈 과거를 치유하고 평화를 기원하는 상징적인 공간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다른 나라 간의 전쟁이라 우리와는 상관없다는 잘못된 인식 때문에 풍도가 동북아 진출에 있어 중요한 전략적 교두보 역할을 수행하였고 치욕적인 일제강점의 역사가 이곳에서 싹이 텄다는 사실은 잊혀지고 있다.

우리는 승전이나 성공에 대한 역사는 부각시키고 패전이나 실패의 경험은 지우려는 경향이 강하다. 일제강점의 시작 100년을 맞이한 해에 우리역사에서 다시는 이러한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반성하며 과거의 쓰라린 역사를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널리 알려졌듯이 청일전쟁의 패전국이었던 중국은 청나라 북양함대의 근거지로 일본군에게 점령당하였던 위해에 중국갑오전쟁박물관을 설치하였다. 일본 임진왜란 출정기지였던 가라츠[唐津]에 박물관을 개설하여 자신들이 임진왜란 때 큰 피해를 입었던 거북선의 모형을 실제 크기로 복원하여 전시해 놓고 학생들에게 일본의 배와 비교하는 교육을 하고 있다. 모두 쓰라린 과거의 기억을 되살려 다시는 이러한 실패가 없기를 기원하고 자라나는 세대들에게 '교육의 장(場)'으로 활용하고 있다.

 

  청일전쟁 관련 유적지인 풍도 앞바다에 대한 일반인의 기억 속에는 보물선 고승호가 잠들어 있는 곳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2,100톤급 영국 상선으로 청일전쟁 때 청나라군사를 수송하다가 일본군에 의해 침몰된 고승호에는 말발굽 형태의 은괴와 멕시코제 은화(당시 국제화폐) 등 모두 600t의 은이 실려 있었다고 전한다. 이에 대한 발굴은 청일전쟁 직후부터 시도되어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지금까지도 현재 진행형이다. 그러나 발굴하려는 의도는 당시 전쟁의 의미를 되새기기 위함이 아니라 함께 수장된 보물의 행방만을 추적하려는데 있다.

 

   

[왼쪽] 시모노세키에 있는 일청강화기념관   [오른쪽] 풍도 앞바다 격전지를 바라보고 서 있는 풍도 등대

  우리 경기도 서해안에는 과거의 역사를 되돌아보고 의미 있는 ‘교육의 場'으로 활용할 수 있는 곳이 산재하고 있다. 서해안의 주요항로를 지켜볼 수 있는 풍도의 후망산(堠望山)정상에서 전쟁의 현장을 전망하며 역사를 되새기며 동북아 각국 모두 평화를 기원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이곳을 중심으로 위해(威海)에 중국갑오전쟁기념관과 시모노세키의 일청강화기념관[春帆樓]을 연결하여 청일전쟁과 연계한 동북아 국가 간 평화기념 프로그램의 개발이 필요하다. 물론 삼국이 각각 서로 다른 입장에서의 경험과 기억으로 단시간 내에 원활한 교류와 협력이 이루어지지는 못하겠지만 이해관계가 합치되는 부분부터 순차적으로 실행해 나가면 좋은 효과를 얻을 것이다.

 

  평택항을 중심으로 중국의 영성, 위해와는 현재 직항로가 운행 중이다. 이항로는 청나라 군인들이 조선에 출병할 때의 항로와 거의 일치한다. 취항중인 페리 여객선 내에 평화를 기원하는 공간을 만들고 그 안에서 과거를 되짚어볼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할 필요가 있다. 동북아의 평화를 유지할 수 있는 홍보영상의 상영, 동북아 역사 학술회의 개최, 동북아 평화기원 순례단의 운영 등을 통하여 과거의 암울했던 역사를 다시 한 번 짚어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풍도에는 해전이 치열하였던 항로 쪽을 향하여 순항을 기원하며 뱃길을 인도하는 점멸등대가 설치되어있다. 6초 간격으로 깜빡이는 이 등대는 아울러 서해 바다의 평온를 기원하는 상징이기도하다. 뿐만 아니라 청일전쟁의 격전지를 중심으로 입파도, 도리도, 부도, 선미도 등에 유인, 무인 등대가 이미 설치되어 있다. 기존시설물에 역사적 의미를 부여하여 ‘동북아 평화기원 등대’로 운영하는 것도 좋은 방안의 하나라고 본다.

  패전이나 실패의 암울한 역사를 망각할 것인가, 아니면 우리역사에 이러한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반성하며 과거의 쓰라린 기억을 되새겨볼 것인가는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이다.

 

 

 

출처 : 안산지역사연구모임
글쓴이 : 우리마로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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