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측 『해심밀경소』의 승의제상품 연구
불교의 경전은 뜻이 심오하여 헤아리기가 쉽지 않다. 연구 또한 순탄한 길은 아닐 것이다. 불교 사상사에 한 획을 긋는 연구 성과가 출판되었다.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 ‘원측 『해심밀경소』의 승의제상품 연구’를 펴냈다. 이 책은 2011년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문화심층 연구사업 공동과제로 수행된 ‘원측 『해심밀경소』 승의제상품 연구’의 성과이다.
『해심밀경소(解深密經疏)』는 현장(玄奘)이 한역한 『해심밀경(解深密經)』에 대해 유식학의 대가로 명성을 떨쳤던 신라의 원측(圓測)이 주석을 단 책이다. 『해심밀경소』는 원래 10권으로 이루어진 텍스트이지만, 일본 『속장경(續藏經)』에 제8권 첫 부분과 제 10권이 빠진 상태로 수록되었고, 『티베트대장경』에는 10권 전문이 수록되었다. 이와 같이 한문본과 티베트어본으로 번역되어 전해지는 『해심밀경소』는 동아시아 불교사상을 이해하는 중요한 열쇠가 된다. 왜냐하면, 『해심밀경소』는 한국의 사상서 중 그 전문이 외국어로 번역된 유일한 텍스트이며, 티베트 불교와 난해한 유식사상의 교과서로 활용하기에 충분한 기초자료가 되기 때문이다.
이 책은 글의 성격에 따라 2부로 구성하였다. 제 1부는 승의제상품에 대해 문헌학적 연구, 제 2부는 사상사적 연구에 해당한다. 제1부 ‘문헌학적 연구’에서는 『해심밀경소』 승의제상품의 한문본과 티베트어본을 대조하여 텍스트의 오류와 불안정성을 짚어내고 있으며, 원측의 글에서 보이는 인용 방식과, 인용 문헌의 신뢰성, 유용성을 검토하였다. 제2부 ‘사상사적 연구’에서는 원측의 세계관과 진리관을 밝히며, 그의 일체개성불(一切皆成佛)적 입장과 『해심밀경소』 저술연대를 확정지었으며, 그의 사상이 한국 불교사상사에 미친 영향을 규명하였다.
불교 용어가 일상적이지는 않지만, 해탈이나 극락, 진여 등은 들어보았다. 하지만 불교 사상사에 어두워서 ‘승의제’란 단어는 낯선 영역이다. 불교 사상사는 방대한 양이나, 뛰어난 고승들, 다양한 종파들이 강줄기처럼 흐르고 있다. 끝을 알 수 없는 깊이에 당황하게 되는데, 그 한 분야인 승의제에 대해 알기 쉽게 설명한 책이 출간되었다.
지운 스님이 원측의 ‘승의제상품’에 대해서 설법한 것을 보았다.
“승의제상품은 승의제의 모습에 대한 품이라는 말이다. ‘승의’는 수승한 지혜(勝)에 의해서 파악되는 뜻(義)이고, 제(諦)는 진리다. 뜻은 모든 존재의 본질을 얘기하는 것이다. 그래서 수승한 지혜에 의해서 뜻이 파악되는 것인데, 한마디로 ‘진리란 무엇인가?’에 대한 내용이다.”라고 했다.
진리, 승의제상품에 대한 원측의 설명에 대해서 이 책은 다양하게 조명하고 있다. 원측의 『해심밀경소(解深密經疏)』를 한문본과 티베트본을 비교하면서, 원측이 얼마나 원전에 충실했는지 밝히고 있다. 또한 세계에 대한 그릇된 인식의 극복과 이를 통한 진리의 실현이 불교의 핵심이다. 이 진리에 대해 두 가지 층위인 이제설의 논의가 다양한 학파에서 개진되는데 그 설명과 함께, 원측의 입장에 대해서도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또한 원측이 살았던 시대는 여왕의 시대였다. 신라에는 선덕, 진덕 여왕의 시대였고, 중국에서는 측천 무후의 시기였다. 당시 불교의 분위기는 여성은 성불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여기에 대한 원측의 성불론, 일체개성의 입장을 견지한 점도 자세히 풀어 놓았다. 아울러 유식학에 미친 영향도 고찰하였다.
승의제상품에 대해서 여러각도에서 조명한 책으로, 종합선물세트이다.
올해가 원측(613~696) 탄생 1400년을 맞이하는 해다. 이 때에 원측의 『해심밀경소(解深密經疏)』승의제상품 연구에 대한 결과물이 나와서 더 의미가 깊고, 앞으로 진행될 불교 사상사의 디딤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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