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게 읽은 책

운현궁의 봄

박영희 2015. 9. 29. 21:01



운현궁의 봄은 흥선대원군에 대한 영웅 소설로, 역사적인 인물이 주인공이다. 그 분의 활동이 역사에 커다란 흔적으로 남아서, 흥선대원군이 활동하던 시기의 역사책을 더불어 읽게 되었다.


 이 책을 쓴 김동인은 평양에서 거부의 아들로 태어났으며, 단편작품을 많이 쓴 작가로서 우리 문학사에서 이름이 높다. 또한 창조라는 잡지를 발간해서 많은 작가들이 작품을 발표할 수 있는 장을 열어 준 장본인이다. 학창시절에 배운 과목 중에서 국어 시간에는 우리 나라 작가중에서 이름을 외워야 하는 중요한 문학가였다. 그의 단편은 읽어봤지만, 장편 소설을 처음 대하는 것이라 기대가 컸다.


  이 책의 주인공은 흥선대원군이다. 그는 왕실 종친이지만, 안동 김씨의 세도정치 아래서 살아남기 위해 상갓집의 개라는 소리를 들으면서 견디었다. 안동 김씨는 종친중에서 똑똑하고, 자신의 세력에 적대적인 종친은 온갖 핑계를 대어서 제거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똑똑해서도 안되고, 특출하게 뛰어나면 언제 죽을지 모르는 상황에서 그가 택한 방법은 위장이었다. 한 번 날면 일만리를 날아가는 붕새의 날개짓을 감추며,세상을 속이며, 안동 김씨 일족을 속이며 목숨만 부지하며 살아가는 상황이다.


  소설은 왜 흥선대원군이 조선에 필요한지를 강조한다. 벼슬은 모두 매관매직에 의해 이루어지니, 백성을 챙길 관리가 누가 있겠는가? 선비의 표상인 서원은 동네에서 돈 있는 사람의 돈을 뜯어내는 도구로 전락했으며, 그 과정에서 온갖 위법이 난무했다.


  모두가 낡았다. 조선이라는 옷은 너무 낡아서 속이 다 비치는 상태였다. 어느 한 군데 튼튼한 구석이 없었다. 이제 곧 삭아서 옷 자체가 구멍이 날 처지였다. 이 책은 그런 상태의 조선을 개혁하고 구할 사람이 흥선대원군이라고 한다. 김동인은 그런 흥선대원군을 강조하였다.


  김씨 세도정치의 상황을 알고는 있다고 했으나, 이 책을 통해 그 시기가 얼마나 참혹했는지 더 알게 되었다. 고관의 첩은 물고기에게 흰 쌀밥을 지어서 준다고 강물에 풀고, 그 물에 떨어지는 물고기 밥을 건져서 가족들 먹이겠다고 강물 속에서 죽음에 이르는 백성들이 살던 시대. 이 소설을 통해서 알게 된 그 시대의 아픔이다. 세도정치 때나 일제강점기 때나 무엇이 다를까? 세도정치는 흥선대원군이 마감했듯이 일제강점기는 누가 마감할까? 대원군이 필요한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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